2015.09.03 |  추천합니다 0

| 목차 페이지로 이동 | 추천 한표 | 프린트 | 이메일 |

재니스 서지(Janice Suhji)는 왜 마스크 쓴 여자 사진을 찍을까?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활동하는 한국 출신의 작가 재니스 서지(Janice Suhji)는 마스크 쓴 여자 사진을 찍는다. 그녀는 현대 여성들에게 보내는 응원의 메시지를 사진에 담아낸다. 삭막한 현실을 살아내면서 보이지 않는 투쟁을 계속하는 여성들, 그리고 20대 후반의 삶을 열심히 살아내고 있는 작가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다.



여자이기 때문에 겪게 되는 크고 작은 갈등이 있다. 누군가의 딸, 누군가의 아내 혹은 엄마로 살다 보면 맞닥뜨리는 일상의 소소한 문제부터 전통과 관습, 그리고 불평등한 사회구조 때문에 겪는 현실적인 문제까지 다양하다.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한국 출신의 작가 재니스 서지가 올해 작업한 사진 작품 시리즈 ‘Máscara Contra Máscara’에는 이렇게 많은 갈등을 겪으면서도 매일을 힘차게 살아가는 현대 여성들에게 건네는 격려와 위로가 담겼다. 그녀가 작업실에서 직접 만든 색색의 마스크를 쓴 채 1970년대 빈티지 드레스를 입고 포즈를 취한 위풍당당한 사진 속 모델의 모습이 복잡한 현실에서 당당하게 각자의 자리를 지켜내는 우리 여자들의 모습을 닮아 있다.




어떤 작업을 주로 하는가? 사진 외에도 설치미술부터 영상, 퍼포먼스까지 여러 가지 형태의 작품을 선보인다. 작업을 시작할 때마다 표현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가장 적절한 작품의 스타일을 선택한다. 북한 사람들의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을 만들고 싶어서 탈북 화가와 협업해 설치 작품을 완성하기도 했고, 서울에서 진행한 전시회에서는 행위예술가들과 함께 전시장 곳곳에서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아티스트의 길을 걷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했다. 어릴 때부터 사회적 약자의 인권 보호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미국 텍사스에서 태어난 나는 학교에서 유일한 동양인이기도 했고 체구도 작은 편이라 종종 따돌림당했는데, 그렇게 외로운 어린 시절을 보낸 터라 여러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 같다. 샌디에이고의 대학교에서 정치를 공부하면서 다큐멘터리 사진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단 한 장의 이미지로 강렬한 감동을 전할 수 있다는 것이 무척 놀라웠다. 그렇게 나는 사진과 예술 작품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아보고자 했고, 학부를 마치고 샌프란시스코의 순수예술 대학원에 진학했다. 대학원에서는 작품으로 사람들과 깊게 소통하는 법을 배우며 작가로 활동할 수 있는 기본기를 다졌다.

시리즈는 어떻게 시작되었나? 미국에서 유명하지 않은 신인 작가, 비주류 아티스트로 생활하다 보니 수많은 사회적 부조리와 앞뒤가 꽉 막힌 관습에 부딪혀 답답할 때가 많았다. 그러면서 나처럼 평범한 20~30대의 팍팍한 현실을 살아가는 여자들이 갖는 고민에 관심이 생겼다. 여자로 산다는 것은 그 자체로 아름답고 멋진 일이다. 그러나 가정이나 직장, 그리고 사회에서 여자이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갈등 또한 많다고 생각한다. ‘Máscara Contra Máscara’ 시리즈는 현대 여성들의 보이지 않는 싸움과 도전의식 그리고 여성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보고 싶어서 시작했다.

여성 인권과 사회 갈등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다루면서도 경쾌한 분위기의 작품을 완성한 것이 독특하다. 밝은 색감과 분위기 때문에 재미만을 추구하는 작품처럼 보이지 않을까 고민하기도 했다. 하지만 눈길을 끄는 작품이 결국 더 많은 사람에게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Máscara Contra Máscara’는 여자들의 투쟁만을 담은 어두운 작품이 아니다. 우리 여자들은 모두 현재를 근사하게 살고 있고, 앞으로 우리가 맞이할 미래 또한 아름다울 것이라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표현하고자 했다.













작품에 등장하는 화려한 마스크들이 돋보인다. 남미 여행 중에 멕시코의 전통 레슬링인 루차리브레(lucha libre)를 관람하면서 영감을 얻은 결과물이다. 루차리브레의 여러 형태 중에 ‘마스카라 콘트라 마스카라(Máscara Contra Máscara)’라는 경기 방식이 있다. 경기에 참여하는 선수들이 제각각 다른 모양의 마스크를 쓰고 나와 격투를 벌이는데, 경기 끝에 승자가 패자의 가면을 벗겨 굴욕을 안기는 독특한 전통이 있는 시합이다. 작품에서는 링에 올라 화려한 가면을 쓰고 자신만의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루차리브레 레슬러에게 현대 여성의 모습을 투영했다. ‘마스크’란 여성과 관련해 꽤 많은 의미를 담아낼 수 있는 오브제라고 생각한다. 결혼식 때 신부가 쓰는 베일과 중동 여성들의 히잡, 매일 아침 하는 화장까지, 여자라는 존재와 마스크는 상징적으로 연관 지을 수 있는 부분이 아주 많다.

촬영은 어떤 과정으로 이루어졌나? 우선 동네 구제 숍을 찾아가 1960~70년대 스타일의 빈티지 원피스를 고른다. 여성스러운 디자인에 알록달록한 색감이 살아 있는 옷을 주로 선택한다. 그러곤 선택한 원피스의 색깔에 맞는 마스크를 만든다. 패션을 전공한 게 아니라서 마스크 패턴을 만들고 재봉틀을 사용하는 게 익숙하지 않아 첫 마스크를 완성하는 데 무려 한 달 이상 걸릴 정도로 서툴렀다. 요즘은 그날의 기분에 따라 디자인을 다르게 만들기도 한다. 우울한 날에는 눈물 모양을 장식하기도 하고, 프리다 칼로(Frida Kahlo)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알록달록한 꽃을 붙이기도 했다. 의상과 마스크가 준비되면 평소에 틈틈이 조사해두었던 장소를 찾아 촬영을 시작한다. 시각적으로는 장난감 세상을 보는 듯한 효과를 내고 싶었다.

꼼꼼한 연출력이 인상적이다. 특히 평행과 대칭이 주를 이루는 깔끔한 구도와 조화로운 색감이 마음에 든다. 연극적인 요소를 사진 곳곳에 배치해 연출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욕심이 많은 작가라고 할 수 있다. 처음 관심을 가진 건 다큐멘터리 사진 분야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사실적인 사진으로는 나의 의도를 모두 표현하기에 부족하다고 느꼈다. 온전한 현실을 완벽하게 담아내지 못할 바에야 나의 이야기로만 채운 사진으로 더욱 많은 다양한 감정을 그려내고자 했다. 작품의 답을 미리 정해두어 보는 사람들에게 명확한 감상의 방향을 제시하기보다는 사람들이 각자의 시각으로 다양하게 느낄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작업을 하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무엇인가? 작품에 등장하는 여자들은 모두 전문 모델이 아닌 평범한 여자들이다. 그래서 카메라 앞에 서기를 불편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데 정말 재미있는 건, 마스크를 쓰는 순간부터 포즈가 훨씬 자유롭고 과감해진다는 것이다. 심지어 구경하는 행인들의 시선도 신경 쓰지 않는다.







앞으로 하고 싶은 작업은? 아직 ‘Máscara Contra Máscara’ 시리즈 작업이 끝나지 않았다. 얼마 전 쌍둥이를 출산한 친구를 모델로 촬영을 진행해보려고 한다. 이 시리즈가 언제 끝날지는 잘 모르겠다. 작품에 대한 영감이 더 이상 떠오르지 않을 때, 숨이 멎는 기분이 들 때쯤 시리즈를 마무리할 것 같다.

어떤 예술가로 남고 싶은가? 작품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는 작가가 되고 싶다. 가끔씩 작업이 잘 안 풀리거나 미술계에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꾸준하게 뜨거운 열정을 뿜어내는 아티스트가 될 것이다.  

MC CREDIT

본 기사를 블로그, 개인홈페이지 등에 출처를 밝히지 않거나 기사를
재편집하여 올릴 경우 발생되는 불이익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마리끌레르의 댓글 이야기

Family Magazine 마리끌레르의 새로운 패션 화보를 한 눈에 !

다양한 색 배합으로 완성한 25평형 신혼집

2015 크리스마스 특별 에디션

진격의 술 선물

오빠카톡은왜그딴식이

Video & Flim

  • Here Now
  • Blooming Face #HERA

Newsletter

패션, 뷰티 최신 트렌드와 이벤트 등을 안내해
드리는 마리끌레르 뉴스레터를 신청합니다